복학왕의 사회학: 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

최종렬 지음

내가 청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 후 청년에 관한 책은 거의 다 섭렵하였는데, 내가 기다리던 종류의 책이 드디어 나온 것 같아 기쁘다. ‘복학왕’은 공부와 미래에는 별 관심이 없이 술과 연애로 세월을 보내는 한 지방대 학생들의 삶의 이야기를 그린 웹툰의 이름이다. 대구 계명대의 사회학과 교수인 최종렬은 이 웹툰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삶이 바로 자신이 매일 만나는 학생들의 삶과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우리 시대 청년의 일부인 지방대생의 일상과 목표의식과 고서, 본격적으로 이들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청년’이 연구의 주제로 떠오른 것은, 저 유명한 『88만원 세대』가 2007년에 나왔으니, 벌써 10년이 좀 넘었다. 그 동안은 주로 청년들의 현실을 묘사하고 분석하는 책들이 많이 출판되었다. 청년실업, 열악한 주거환경, 불투명한 미래, ‘병맛’ 문화, 정치참여, ‘일베’ 현상 등등. 최근 들어 좀 더 진지한 학문적 저작들이 나오는데, 주로 인서울 대학생이나 졸업생으로서 서울에 사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몇 사람의 저작을 들라면, 김홍중, 서동진, 전상진, 오찬호 등이다.

『복학왕의 사회학』의 저자가 지방대에서 10년 이상 관찰한 학생들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는 지방대 재학생, 지방대 졸업생으로서 지방에 사는 사람과 서울에 사는 사람, 지방대생의 부모들을 인터뷰하여 그 특징을 정리하였다. 간단히 말하면, 가족의 행복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가족(혹은 선후배와 동향인으로 이루어진 유사가족)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목표지향적인 아닌 적당히 설렁설렁 산다. 서울에 가서 치열한 삶을 경험하지만 대체로 적응에 실패하고 다시 가족의 품에 안겨서 가족 중심의 좁은 관계를 맺으며 산다. 저자는 결론으로 지방대생들이 가족이라는 틀을 깨고 자신을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의 저자가 묘사하는 지방대생의 삶의 습속은 역시 지방대의 하나인 백석대학교 학생들이나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만나는 신학생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좋은 말로 표현하면 착하고 수줍고 겸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좁은 세계에서 빠져나오기에는 사회적·문화적 자본이 너무 빈약하다. 우리 사회가 10:90의 사회 혹은 심하면 1:99의 사회가 되어간다고 하는데, 여기 90 혹은 99에 해당되는 많은 젊은이들이 비슷한 멘탈리티를 가진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진작부터 그 90 혹은 99의 청년들이 예수를 믿는다면 어떤 삶의 습속을 가져야 할까를 많이 생각해 왔다. 그것은 지방대생의 습속을 부정하고 벗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인정하고 그 한계 안에서 나름대로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는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잘 나가는 엘리트를 부러워하면서 그들을 좇아가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면서도 행복한, 그러면서도 자기만의 가치를 실현하는 삶의 방식을 찾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출발점이 될 것 같아서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은이는 빈약한 사회자본과 문화자본의 한계를 가진 ‘가족’과 선후배·동향 사람이라는 ‘유사 가족’의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지방대생들이 “미적 체험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좇아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살아 있음을 느끼지?”를 계속 물을 때 가족주의의 언어를 빠져나올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대화의 상대를 가족을 넘어 다양한 영역에 있는 사람들로 확장하고, 대화 상대방의 수준을 국가, 세계, 우주로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